공포영화 속편, 맘에 안 들죠?
공포영화의 속편이 흥행하기 어렵다는 사실

연일 기온 30도를 훌쩍 넘기는 더위에 온몸을 끈적끈적하게 감싸는 습기까지.
이렇게 몸까지 축 처지는 여름이면 항상 생각나는 것이 있지 않으신가요?
공. 포. 이 두 글자 말예요.
털끝이 바짝 설 정도로 심장을 조여 오는 공포물은
땀이 송골송골 맺혔던 등에도 소름이 오도도 솟게 하는 힘을 가졌죠.

이러한 힘 때문인지 올해도 여전히 공포영화의 속편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처럼,
전작의 명성을 이어 흥행을 거둔 작품 보다는
대중에게 실망을 안긴 작품이 더 많습니다.
이는 공포영화의 속편이 흥행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공포영화 속편, 맘에 안 들죠? 왜?

사실 공포영화가 기존 영화들의 흥행공식을 따르기 어려운 건, 바로 ‘익숙함’ 때문입니다. 실제로 멀티플렉스 극장체인 CJ CGV가 2014년에 두 편 이상 영화를 관람한 관객 764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조사를 진행해 얻은 결과, 응답자 가운데 56.2%(복수응답 가능)가 영화를 선택할 때 ‘이야기’를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러한 통계는 그동안 천편일률적인 공포영화의 시나리오에 대한 지적을 반증하기도 합니다.

전작의 줄거리와 등장인물을 따른다는 것은 관객에 있어 익숙한 존재로 다가옵니다. 이는 곧 공포감을 저하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결과도 그러했죠. 이러한 연유 때문에 ‘공포영화는 역시 안 된다!’는 속설이 생겼을 정도로 공포영화는 관객을 끌어모으기 힘든 상황입니다.

여고괴담: 공포영화의 중심축에서 몰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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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 때문에 흥행공식을 따라가지 못한 영화가 있습니다. 한국 공포영화사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가 있다면? 네, 바로 <여고괴담> 이죠. 한 여자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이 영화는, 1998년을 시작으로 약 10년 동안 5편의 시리즈가 제작되었습니다. 공효진, 송지효, 박한별. 이 영화에 출연하는 여배우들은 모두 스타가 된다는 공식이 생길 정도로 파급력 있는 영화였죠. 그러나 첫 번째 시리즈가 관객 200만명을 동원하여 공포영화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면, 다음해에 등장하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40만을 모으는 데 그쳤습니다. <여고괴담3: 여우계단>으로 다시 빛을 보는가 했지만, 이후 각각 50만, 65만 관객을 가까스로 모아 아쉽게 마무리했죠.

<여고괴담>이 주춤거렸던 이유는 너무나 빤한 한 맺힌 귀신이 복수하는 소위 한국형 호러이기 때문입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한데 여전히 괴담 수준을 맴돌았던 것이 흥행 실패 요인으로 작용한 것입니다.

주온: 형식과 소재의 ‘식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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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토시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영화 <주온>의 시작은 1999년으로 첫 발을 내딛습니다. 비디오로 시작했던 이 영화는 2002년 첫 선을 보인 뒤 굉장한 이슈를 몰았었죠. 새하얀 얼굴에 검은 눈동자가 박힌 토시오는 공포의 아이콘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형태로 재생산되었고, 지금까지 시리즈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죽은 자의 저주’라는 소재와 토시오의 등장, 그리고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 구조가 공포감을 조성한다는 평을 받으며 <주온>은 국내에서 흥행작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그러나 이어서 <주온2>가 44만, 탄생 1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주온: 하얀 노파>와 <주온: 검은 소녀>를 묶은 <주온: 원혼의 부활>이 30만 관객을 간신히 넘기며 그 명성은 저물게 되죠. 왜냐, 바로 소재의 ‘식상함’ 때문이었습니다. 같은 옴니버스의 형식과 토시오의 등장은 관객을을 지루하게 만들기 충분했죠. 이렇게 두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공포영화에서 비슷한 전개방식을 활용하는 것은 심각한 독으로 작용합니다. 공포영화를 즐겨보는 팬들을 코 앞에서 놓치게 된 것이나 다름 없다고 할 수 있겠네요.

분신사바: 영리하지 않은 공포감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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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사바, 분신사바, 당신은 나의 전생, 나는 당신의 이생입니다”라는 익숙한 대사. 네, 바로 <분신사바> 입니다. <분신사바> 역시 1백만 명을 넘긴 공포영화 중 하나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공포심리를 드러냈다는 호평을 받았던 영화입니다. 이후 <필선2>라는 제목으로 중국에서 개봉하며 반나절 만에 30만 관객을 모아 기대를 샀지만, 국내에서는 약 8만명에 그치는 저조한 성적을 보였었죠.

물론 <분신사바2>는 <분신사바>의 중국판이자 후속작이지만, 전편과는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분신사바라는 놀이를 소재로 다시 사용하지만, 그것이 ‘살인’과 ‘귀신’에 미치는 영향이 줄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반전의 반전을 심어 놓았음에도 영화는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과 시커먼 눈을 가진 인형을 재등장시키며 익숙한 방법으로 공포를 불러옵니다.

이 세 작품을 분석해 보았을 때, 관객은 공포영화의 전개 과정에 면역력이 생긴 것 같습니다. 아직도 아시아 국가에서는 아직 ‘귀신’이 통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라는 소리죠. 1백만을 넘은 공포영화들의 속편이 잇달아 실패하는 이유는 1편의 흥행 추억을 잊지 못하고 다시 불러들이는 캐릭터, 죽은 자의 저주로 대표되는 원혼의 등장, 그리고 전편과 반복되는 공포 이야기의 구성입니다. 앞으로의 공포영화는 ‘똑똑’해야 무서울 수 있다는 것. 이젠 전편이 익숙한 관객을 좀 더 스마트한 방법으로 괴롭혀야 할 시점이 아닐까요?

통계청 | 블로그 기자단 7기 원가영 (otherdraw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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