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 Set,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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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가 도착했다. 발신인은 1,200일 동안 세계여행을 다녀온 자칭 ‘생존여행가’ 김주원(31), ‘트랙터 여행가’로 국내외 곳곳을 누빈 강기태(33), 그리고 10년 넘게 여행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탁재형(43). 이 세 사람은 미지의 나라와 지역을 적극 받아들여 각자의 인생 속에 ‘의미 있는 고향’으로 삼았다. 여행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인물인 이들이 청춘들에게 띄운 편지에는 어떤 사연이 담겼을까? 참고로 주의사항 하나. 편지를 읽고 나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에 휴학계나 사표 제출을 고민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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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 자전거 여행을 다녀온 지 벌써 1년이 훌쩍 갔네. 작년 봄 독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을 때, 한국 돈 7만 원 정도 주고 자전거를 샀어. 자전거 타고 스위스를 제대로 여행하고 싶었거든. 텐트, 침낭, 노트북 컴퓨터, 겨울옷, 비상식량 등을 실으니(30킬로그램은 족히 됐을 걸?) 자전거가 좀 휘청하더라.

스위스 여행을 꿈꾸게 된 건 <인 투 더 와일드(Into the Wild)> 때문이야. ‘여행자들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영화지. 대박 감동이었어. 영화 보면서 나도 주인공처럼 저렇게 스위스를 여행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고.

작년 6월5일부터 16일까지 자전거로 스위스를 여행한 거리가 약 1,000킬로미터야. 여행 동안 가장 힘들었던 건 텐트 치는 일이었지. 마땅한 곳을 찾기가 어려웠거든. 도로 옆에 또 산 중턱 질퍽질퍽한 늪지대 위에 텐트를 친 적도 있어. 한 번은 술 취한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들면서 텐트를 밟고 지나갔는데 소리를 내면 뭔 일 날까 봐 숨도 못 쉬었지. 야생동물이 텐트로 들이닥치면 어쩌나, 싶어 무서웠던 적도 있었고.

하지만 희열을 느끼는 순간이 훨씬 많았어. 루체른 지역의 리기산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감탄사만 나오더라. 살아있기에 누릴 수 있는 기쁨이랄까, 뭉클한 순간이었어. 참, 산 속에서 잘 땐 시냇물 소리가 엄청나서 귀마개를 꽂고 자곤 했는데, 아침에 귀마개를 뺄 때 들리던 새 소리도 압권! 녹음해서 네게도 들려주면 좋으련만.

인생에서 젊었을 때 하지 않으면 진짜 후회할 일이 뭘까 생각해 봤는데, 나한텐 여행이더라. 혹시 너도 여행을 고민하고 있다면 내 삶의 나침반처럼 삼고 있는 스티브 잡스 형님의 말을 들려주고 싶어. “당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를 용기를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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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자전거 루트

Zurich – Zug – Vitznau – Luzern – Entlebuch – Schangnau – Thun – Interlaken – Innertkirchen – Grimselpass – Andermatt – Laxx – Ch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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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소식은 들었을 게다.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왜 그만두느냐?’ 주변에서 많이들 묻더구나. 질문 뒤에 생략된 말은 ‘나이 사십 줄에 대책 없는 결정이라니…’였을지도 모르겠다. 남이 뭐라 하던 후회는 없다. 신 나는 일을 시작했으니까. 팟캐스트 프로그램 <탁PD의 여행수다>, 너도 들어봤겠지?

2002년부터 작년까지 촬영차 간 나라를 세보니 50개국이더라. 그 중 6년 전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가바-치마미와 마을에서 만났던 추장이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다. 아흔에 가까운 나이였는데, 노신사였지. 2만 여명에 가까운 지역 사람들을 다스리고 있었고. 힘으로 통치하는 게 아니라 오래된 지혜에서 판결을 내리는 모습이 인상 깊었단다. 우리 사회에서 갈수록 그런 어른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지난해 2월에 찾았던 에콰도르 침보라소 산(해발 6,310미터)도 두고두고 기억될 듯싶구나. 아이젠 신고 헬멧 쓰고 방한복 입고 5,400미터까지 올라갔지.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고통스러워서 욕이 절로 나오더라. ‘내가 왜 이런 데까지 와서 촬영한다고 했나’ 싶고. 선크림도 안 챙겨서 얼굴이 한 꺼풀 홀라당 벗겨졌으니 말 다했지, 뭐.

그런데 알렉산더 폰 훔볼트(1769~1859)라는 독일 과학자는 1800년경에 아이젠도 신지 않고 평범한 양털 코트에 중절모 쓰고 5,900미터까지 올라갔다더라. 과학에 대한 열정 하나로 말이지. 그러고 보면 등산 한번 갈라치면 아웃도어 옷으로 무장하는 우리 모습이 좀 웃긴 듯싶다.

10년 넘게 여행 PD로 일하면서 든 생각은 ‘여행은 비일상(非日常)이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라는 거야. 삶의 무게가 네 어깨 위에 지층 쌓이듯 누적됐다면 잠시 여행을 다녀오면 좋겠다. 때론 일상을 깨뜨리는 데서 네게 의미 있는 세상이 넓어지기 시작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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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하동의 아들, 트랙터 여행가 강기태입니다. 올해로 트랙터 여행 ‘구력’이 10년 됐습니다. 이 편지가 여행 계획서만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청년들이 길 위로 나서는 데 자극제가 되면 좋겠습니다.

하고 많은 여행 중에서 ‘트랙터’ 여행을 선택한 이유요? 트랙터는 ‘농민의 아들’이라는 제 뿌리의 상징이거든요. 또 우리나라에서 트랙터로 여행을 해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더 도전해 보고 싶었죠. 사실 트랙터 지원 받으려고 얼마나 뛰어다녔는지 몰라요. 1주일 동안 밤새워 프로젝트 자료를 만들고 전국의 농기계 회사를 찾아다니고….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마침내 트랙터를 지원 받았을 때 그 기쁨이란!!

여행자가 여행을 실행에 옮기는 제 1법칙이 ‘생각하지 마라’예요. 대부분 여행을 어디로 떠날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잖아요. 제가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여행은 절대 예측 불가’라는 겁니다. 그러니 여행을 결심했다면, 목적지까지 가는 기차든 버스든 비행기든 티켓을 바로 끊으시라 얘기하고 싶어요.

돈이 없어서 고민이라고요? 제가 2008년 9월18일부터 2009년 3월18일까지 총 6개월간 떠났던 여행은 ‘무전 트랙터 여행’이었어요. ‘내 인생 최고의 여행’이었죠. 쌀이 필요하면 추수를 도와서 쌀을 얻고, 고기가 먹고 싶으면 축산 농가에 가서 소똥이나 여물을 치워주었고요. 과일이 생각나는 날엔 지나가던 배 농장에 들어가서 1주일 동안 6,000평 밭에 있는 배를 다 땄지요. 새벽 3시에 트랙터를 항구에 주차 시켜놓고 어부들과 나가서 물고기 한가득 잡아와서 먹고요.

청년 여러분~ 여행의 매력은 ‘예측 불가능’이니 마음 편히 놓으시고 내딛으세요. 뻔하면 오히려 재미없지 않을까요? 벚꽃비 내리는 3월의 섬진강 풍경, 신새벽 만선의 기쁨, 무엇보다 섬광처럼 빛나는 만남은 길 위에 오를 때에야 얻을 수 있는 선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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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트랙터 여행 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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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80일간의 트랙터 다이어리>(강기태 지음 / 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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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태‧김주원‧탁재형 세 사람은 현재 여행대학의 총장으로 또 멘토로 일하고 있다. 여행대학은 학생들에게 ‘나만의 여행’을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멘토링 해주는 학교.

강기태 총장에 따르면 지금까지 졸업생은 350명, 학생 연령대는 10대부터 60대까지 폭넓다. 27명의 멘토들이 개성 있는 수업을 개설하고 여행 노하우를 전한다. 2014년 1기 모집을 시작으로 지금은 4기 학생들이 여행의 꿈을 꽃피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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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여행의 베스트 프렌드예요.
안드레아 보첼리의 ‘Prayer’와 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는
제 여행의 변함없는 BGM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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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다녀온 뒤 제가 느끼는 행복의 폭이 넓어졌어요.
구름 하나만 봐도 중미 여행의 기억이 되살아나요.
여행 덕분에 제 감정 세포가 살아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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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PD할 때 쓰던 공책이에요.
오늘 뭘 찍었고, 찍은 촬영량으로 몇 분을 편집할 수 있는지,
돈을 또 얼마 썼는지 계속 기록할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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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정수영
녹취·지도 편집 | 김용선
포토그래퍼 | 조윤구
디자이너 | 최영환
   캘리그라피 | 전혜진
퍼블리셔 | 박현원
사진제공 | 강기태·김주원·탁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