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항상 그렇듯이 돌고 돈다. 2015 F/W을 맞아 디자이너들은 할머니의 옷장에서 영감을 얻은 ‘그래니룩(Granny Look)’을 표방, 복고적인 룩을 전면에 선보였다. 스키니진보다 낙낙한 슬랙스를 좋아하는 당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패턴에 시선을 뺏기는 당신이라면 이번 트렌드가 특히 반가울 것이다. 그래니룩은 단어가 생소하지만, 쉽게 시도할 수 있는 룩이다. 평소 차분한 스타일을 선호하던 사람도, 프릴을 좋아하는 소녀 감성을 지닌 사람도, 가을이면 일단 무난하게 체크로 시작하는 사람도 자신의 입맛대로 해석해 입으면 된다. 할머니와 그 할머니와 그 할머니의 할머니(…)가 남긴 패션의 유산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녹여내면, 그야말로 ‘그래니 시크(Granny Chic)’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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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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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할머니는 차분한 느낌의 니트가 좋다고 하셨어

점잖은 성품의 당신은 아마 이번 그래니룩 열풍에 ‘클래식‘이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렸을 것이다. 옷장을 열어본 당신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아이템은 무엇이었을까? 옷장을 조용히 살펴보던 당신. 어느새 당신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넉넉한 품의 가디건이나 가을하면 떠오르는 와인색 바지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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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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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K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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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 Jacobs

바지든, 가디건이든 바로 입을 수 있는 기본 아이템을 발견했다면, 상의로 비슷한 색상의 니트를 골라보자. 다양한 색실이 들어간 점이 매력적인 보카시 니트도 좋고, 보기만 해도 보드라운 촉감의 램스울 니트도 좋다.
바지가 아닌 치마를 입고자 한다면 A라인에 충실한 스커트를 고르자. 만약 옆으로 퍼지는 치마 라인과 낙낙한 상의 때문에 너무 부해 보인다면, 폭이 좁은 가죽 벨트로 가볍게 허리를 조여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2 할머니는 화려한 색상의 체크가 좋다고 하셨어

‘가을’하면 체크다. 스코틀랜드의 전통인 타탄체크도 좋고, 겨울이면 코트를 점령하는 하운드투스 체크도 좋다. 대신 이번에는 빨강부터 노랑, 파랑까지 과감한 컬러가 좋겠다. 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A라인이든 H라인이든 상관없이 체크무늬 치마부터 시작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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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u M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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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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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 Jean

좀 더 과감한 당신이라면 기하학 패턴이 살포시 들어간 니트를 상의로 착용하고, 체크무늬 치마를 함께 매치할 수도 있다. 색의 강약만 잘 조절한다면, 과하지 않으면서 가을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근사한 코디네이션이 될 수 있다.
아직 니트를 입기엔 덥다고? 잔잔한 체크무늬 셔츠와 큼직한 체크무늬 치마로 가볍게 시작해보자. 그래니룩을 시도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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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쉘부르의 우산(The Umbrellas Of Cherbo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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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톤먼트(Aton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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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할머니는 하늘하늘한 꽃이 좋다고 하셨어

1920~30년대 무드를 떠올리면, 가늘고 유연한 여성의 실루엣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20~30년대 할머니 패션을 따라 하는 60~70년대 손녀’라는 그래니룩 컨셉에 걸맞게, 손녀는 할머니 시대에 유행하던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그대로 모방한다. 여기에 1960년대에 불어온 반전 운동과 자연으로 회귀하려는 욕구는 기존 20~30년대 풍 패션에 보헤미안 무드를 가미, 여성의 유려한 몸선을 드러내는 하늘하늘한 쉬폰 소재를 플라워 패턴으로 수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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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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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Valent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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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 Jacobs

플라워 패턴이라면 물기 어린 수채화 느낌도 좋고, 디지털적인 느낌으로 해석된 것도 좋다. 화사한 컬러의 원피스라면 지나치게 봄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런 경우 무난한 네이비나 브라운 색상의 긴 니트 카디건을 걸치면 된다. 어두운 네이비나 브라운 톤의 원피스라면 액세서리나 머플러를 함께 연출하면 좋을 것이다.

4 할머니는 반짝반짝 액세서리가 좋다고 하셨어

할머니가 나이가 들면 소녀가 된다는 말이 있다. 어머니나 할머니의 묵혀둔 보석함을 뒤진 일이 있는가. 얇고 깔끔한 반지를 레이어링하는 것도 좋지만, 평소 화려한 색상의 스톤 귀걸이나, 까메오 같은 앤틱한 모티프의 장식을 좋아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요즘에는 주얼리가 부착된 디자인으로 목걸이를 한 듯한 효과를 내는 셔츠도 많이 나온다. 이번 테마 속 그래니룩은 그의 확장판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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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u M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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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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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ce & Gabbana

셔츠나 원피스 같은 기성복의 작은 단추를 큼직하고 선명한 컬러의 단추로 바꾸면 어떨까? 아기자기한 탈부착형 칼라를 만들고 큼직한 컬러 스톤으로 장식해주는 것도 재미있는 아이템이 될 것이다. 카디건이나 재킷이라면 앤틱 브로치를 가볍게 달아주는 것도 좋다.

모노톤 의상이라면 부자재를 자유롭게 사용해서 깔끔한 느낌과 화려한 장식의 조화로 균형을 맞출 수 있다. 그렇지만 소녀같은 컬러 팔레트도 포기할 수 없다면? 다행히 무채색인 블랙과 화이트는 연한 파스텔 톤의 베이비 핑크나 스카이 블루도 따뜻하게 포용한다. 파스텔과 모노톤의 컬러 조합은 당신을 소녀와 할머니 사이 그 어디쯤으로 인도할 것이다.

이미지 출처 : 각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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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핑크빛 연인(Pretty in P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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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니룩 2부가 계속됩니다.
스타일링 코너가 마련될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기획 l 성민지 기자
디자인 l 노진선
비주얼다이브 라이프스타일팀 l writer@visualdiv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