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de out

우리
여전히
여기에
있어요

서울 시내 레코드숍3

아버지를 따라갔던 레코드숍에서 김건모의 2집 ‘잘못된 만남’을 샀던 기억이 선명하다. 처음이었다. 음악을 내 손에 쥐었던 기억. 고등학교 야자시간에 (지금 생각하면 거대한) CDP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갓 데뷔한 ‘클래지콰이’와 ‘에픽하이’ 노래에 심취하기도 했었지. 마지막이었다. 음악을 묵직하게 들었던 순간. 이 짧은 세월에 처음과 마지막을 흘려보내는 사이,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황학동 돌레코드 / 종로3가 종로뮤직 / 신촌 향음악사

RECORD SHOP 1

line

황학동 돌레코드

“어머님이 그냥
빈 공간에다가 테이프 몇 개
갖다 놓고 한 게 시초야”

무려 40여 년 전인 1975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매장 곳곳에
고스란히 묻어있는 곳.
손님이 와도 무심한 척 내버려 두는
사장님의 포스에 눌려 한참을 망설이다
쭈뼛쭈뼛 질문을 시작했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단골손님과 장기를 두던 손길도 멈춘 채
지나온 시간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손님들은 옛날만큼 많으세요?

단골 | 나 같은 진상밖에 없어 (웃음)
주인 | 없어 없으니까 이 뭐랄까, 마니아나 이런 사람들 때문에 밥 먹고살지.
 
  (탁, 하고 장기 두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진다)
 
단골 | 이렇게 생각하면 돼. 음악이란 게 귀중할 때가 있었어 참. 요즘 SNS인가 유튜브 이런 데서  음악을 막 깔아놓다 보니까 젊은 사람들이 그냥 가뿐하게 듣고 마는데. 원래 1960년대 컨트리 노래 들을 때는 응? 그게 귀중해가지고, 응? 그거 언젠가 한번 들어봤으면,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가 하면 요즘은 이어폰 꼽고 전철에서 막. (한숨) 음악도 넘쳐나고. 음식도 넘쳐나고. 세상의 귀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사는 삶이 젊음이냐. 나는 내가 젊다고 생각해. 65센데 얼마나 젊어 보여? (웃음)
record_shop_1

*여기서부터는 주인과의 대화입니다

아드님이 물려받아서 할 생각이세요?

해야지. 여기 판이 전부다 역사야.

record_shop_2
record_shop_3

이 주변에 원래 다른 음반가게 많지 않으셨어요?
                                           다 없어진 건가요?

이 동네는 많았지. 그게 87년도 저작권법 통과되면서 그때서부터 인제 없어지기 시작하게 된 동기야. 왜 그러냐면은 국내에서 테이프에 녹음을 못 해주게 됐어. 원래 레코드 가게에서 가수들 녹음을 해주는데 그 곡들을 밖으로 흘려 내보냈었거든. 그러면 이제 지나가던 사람들도 이 노래 좋다, 물어보고 구했는데. 돈 없으면 다음에 와서 사고. 그런 시절이었었는데. 그러니까 어떻게 돼. 제일 큰 소득이 없어진 거야. 음반만 떼다 파는 건 마진이 별로 안 남는다고. 거기다 그전에는 반품을 30프로를 받아줬거든. 안 나가는 물건도 마음대로 떼어올 수 있었어. 근데 90년대에 계몽사 이게 들어오면서 반품이 5프로 밖에 안되는 거야. 그것도 하자있는 물건에 한해서 반품을 시켜줬어. 이러니 물건을 떼어오기가 겁나는거야. 반품이 안되니까. 남는 거는 쥐꼬리만큼 남으니까. 없어지는 거지.

자네가 (장기) 둘 차롄데.

(탁)

손님들이 다 나이대가 어떻게 되세요?

2,30대가 그렇게 많지는 않고. 요즘 드물어. 젊어도 3,40대고 거의 5,60대.

사장님께서는 그러면 어떤 걸로 음악 들으세요?

나는 엘피 세대지. 엘피 듣지.

아드님이 가업을 이어받지 않겠다고 하셔도
사장님이 계속하실 생각이 있으세요?

그렇지. 아니면 뭐 나중에 만약에 며느리가 음악을 좋아한다.
그럼 며느리한테. 음악 좋아하면 할려고 할거 아니야. 음악 좋아하면은.

record_shop_4

굳이 아드님한테 물려주고 싶으신 이유가 있으세요?

내가 이 장사를 어머니한테 물려받아 가지구. 40년 가까이 내려온 게. 일단 우리 집에 들어오는 손님이 다들 사람들이 좋아. 그래서 내가 다른 장사도 해봤었는데. 진짜 또 주변에 친구들이 술장사하는 친구들도 있어서 보면은. 여기 오시는 손님들은 거칠고 사기 치고 그런게 없어. 선하고 착하고. 아주. 그래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같이 음악 듣고 이러는 게 너무 좋아서 우리 아들한테 물려주려는 거지. 내가 도매할 때 이 거래처들이 한 2백여 군데 됐거든. 돈 떼먹고 간 사람들이 한 군데도 없어.

그러면 가게를 팔라는 제안받아본 적 없으세요?

예전에는 있었지. 그런데 내가 한 가게를 왜 팔아.

처음에 가게 물려받으실 때 사장님께서는 어떠셨어요?

나도 그때는 뭘 모를 때였어. 나중에 내가 이렇게 물려받다기보다도. 어머님이 이 레코드 가게를 그냥 빈 공간에다가 테이프 몇 개 갖다 놓고 한 게 시초야. 그러고 내가 뭐 저어기 보면은 (한 쪽 벽을 가리키며) 써져 있는 게 어머니 글씨거든. 국문도 잘 모르셔 가지구 당신 새끼들한테 응? 배운 거야 국문도. 그러신 분이 어떻게 음악 장사를 할 수 있어, 응? 아마 어머님이 그 밥상을 차리게끔 해준 걸 내가 이어서 해 온 거지.

여태까지 장사하면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앨범의 가수가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시대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데. 예전에는 남민수 씨. 그 담에. 시대에 따라서. 내려오다 보니까. 배호. 나훈아. 거기에 이미자 씨는 뭐. 열외로 칠 정도로. 고 정도로. 그리고 신중현 그 과로 가면은 김추자. 고 정도로.

사장님들은 들으시면서 어떤 앨범,
     아끼는 앨범 이런 거 있으세요?

애끼는 앨범이 있으면은 이 사업을 못해. 아까워서 못하지. 워낙 귀중한 판들이 많기 때문에.

보통 하루 평균에 손님이 몇 명 정도 오세요?

몇 명 안 와. 아주 경기 자체도 안 좋고. 힘든 시절이라.

하루에 10명도 안 올 때도 있어요?

응. 그렇지

RECORD SHOP 2

line

종로3가 종로뮤직

“되게 재밌어요 외국 사람들. 배울게 진짜 많아”

상호에 기대를 걸었지만 주렁주렁 달려있는 최신 아이돌 포스터를 보곤 그냥 돌아서려고 했다. 내부는 리모델링을 한 듯 깨끗해 보였다. 하지만 먼저 온 손님을 살뜰히 챙기며 쏟아내는 음악 지식과 ‘저 원래 클래식했던 사람이에요’라는 한 마디에 놀라 붙잡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야 눈에 들어왔다. 매장 구석 한편에 마련된 클래식과 재즈 음반들이.

어떤 가수 음반이 잘 팔리나요?

한국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인디 쪽. ‘가을방학’이라던지 ‘짙은’ 이라던지. 딱 요 연령대 분들 커리어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좋아하는 한국 음악은 인디밴드 쪽으로 넘어간 상태라고 봐야 되고. ‘혁오’ 이런 애들.

케이팝, 특히 아이돌 음악을 찾는
관광객 손님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아이돌 앨범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 손님이 대부분이긴 해요. 근데 제가 깜짝 놀란 게 유럽 손님들이 유독 싱어송라이터들 음악만 찾는 거예요. 슈퍼스타케이 나올 때 인기는 있었는데 실제로 음반 판매는 잘 안된 애들. 솔로들 있잖아요. 기타 치는 그런 애들만 찾아요. 그래서 내가 너무 궁금해서 물어봤어. 안되는 영어로. 왜 좋아하느냐고 하니까, 자기들은 케이팝은 싫고 케이팝 변두리를 좋아한다는 거예요.

record_shop_5
record_shop_6

아, 한류 때문에 점점 한국 사람도
모르는 가수들까지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일본 사람들 같은 경우는 드라마 OST 쪽.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도 안 찾는 걸 막 찾아요.

외국 손님들이 많은가 봐요.

지금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많이 기대하면 10프로 20프로 정도? 일본 친구들이 80프로? 우리 가게 같은 경우는.

원래 클래식 음악 쪽에 계셨는데 지금
아이돌 음악만 잘 팔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는 두루 좋죠. 일단 매출을 올려주는 게 첫 번째인데. 지금은 약간 변한 게 뭐냐면 제가 10년 가까이 외국 사람들 상대하다 보니까 되게 재밌어요 이 사람들. 배울게 진짜 많아. 나는 일본 사람들 덕분에 우리나라 음악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에요. 그전에는 저는 클래식만 들었어요. 저희 40대 사람들은 이문세 씨가 하시던 별밤 들으면 가요는 유재하 정도? 거의 다 팝송이었어요. 그때는 많은 게 닫혀있었어요. 정권 유지를 하기 위해서 표현의 자유가 없었잖아요. 그중에 그나마 못 건드렸던 게 외국 문화라.

외국 손님들이 어떤 영향을 준 건가요?

기본적으로 자기들 문화를 바탕으로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거예요. 그러니까 케이팝도 신선한 거야. 우리나라는 외국 것을 받아들이더라도 그걸 정리 정돈 해서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문화가 안되어있어요. 내가 봤을 때는. 그런 점에서 한국은 문화 후진국이라고 생각해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한국 문화 수준을 떨어트리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경험이죠. 혹시 초등학교 때 악기 따로 배웠어요? 제 딸이 중학생, 고등학생 둘인데 방과 후에 악기 수업을 해요. 국가에서 지원하는 거죠. 지금 10대들은 앞으로 음악을 더 다양하게 들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나는. 본인들이 해봤기 때문에.
근데 그 윗세대는 경험치가 전혀 없는 거야. 자기가 하면서 느끼는 게 더 크거든요. 문화의 후진국은 굉장히 단순한 거예요. 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인프라가 되어있어야죠.
6,70대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뭔지 알아요? 정치 아님 경제. 대통령이나 당 대표 욕하고 이런 거. 근데 문화예술로 화제를 돌려 이야기할 때는 말이 없어져요.

record_shop_7

문화가 빈약하니 한국에 새로운 것이 들어오려면
    외국의 말을 빌려서 먼저 들어오는 것 같아요.

지금 본조비를 내가 어렸을 때 들었거든. 근데 지금도 듣잖아. 그게 무슨 이야기냐면 음악의 질적 향상을 도와줄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그 레벨로 죽 가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가요를 안 들었는데 의외로 일본 사람들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된거에요. 팔려면 이야기를 해야 하잖아요.

비교적 음악적 토양이 단단한 외국인들의 시선으로
                              케이팝을 받아들이신 거군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 하면 뭐 아이돌 음악 듣는다고 무시하는데 일본 같은 경우는 수준이 낮아서 그런 게 아니에요. 걔넨 컬렉터 개념이에요. 일본은 앨범이 되게 많잖아요. 싱글, 앨범, 그리고 베스트 또 내. 한국은 10년 된 동방신기 이 친구들도 베스트앨범이 안 나오죠.

마켓 크기의 차이도 있지 않나요.
       세계에서 2위로 알고 있는데.

조만간 1위 하지 않을까요? 빨아들이는 속도가 한국과는 차원이 달라요.

매출은 어떠세요?

매출은 아직 안 좋죠. 어느 순간에 마음을 정리를 했지. 동네 특성상. 내가 주로 어디에 치중을 해야 하는지.

마지막으로 사장님 취향으로
   앨범 3개만 추천해주세요!

한국에서 가장 소울풀한 가수 박인수의 오리지날 힛송 총결산, 완전체로는 가장 최근 음악인 동방신기의 미로틱, 그리고 이승철, 이은미, 이문세, 이상은의 사인사색 음반을 꼽을게요. 특히 사인사색은 딱 한 곡, 이문세 7집 ‘옛사랑’ 때문에 뽑았어요. 이제 다 절판되고 이 앨범에만 남아있어서요.

record_shop_8

RECORD SHOP 3

line

신촌 향음악사

“직원들이 여기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해요”

번잡한 신촌 거리에 홀려 지나칠 뻔했다. 겉보기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동네 음반가게의 모습이다. 개성 넘치는 포스터와 스티커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귀한 국내외 인디 앨범들로 벽이 빼곡하다. 커버만 봐도 ‘갖고 싶게 생긴’ 고고한 자태(?)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향음악사 음부선 팀장과의 전화 인터뷰.

향음악사의 역사가 어느 정도 되나요?

지금 신촌에서 오픈한 게 91년이구요. 24년 정도.

지금처럼 처음부터 인디 음반만 취급하신 건지,
          아니면 대중가요에서 바뀐건지 궁금해요.

국내에 인디 레이블이 많이 생긴 거가 한 97,8년부터로 기억하거든요. 그때부터 인디 판매를 해왔구요. 그전에는 그냥 일반 다른 레코드숍하고 같았을거에요.

record_shop_9
record_shop_10

매출 비율이 어느 쪽이 많나요?

저희 대중가요는 많이 안 나가는 편이에요. 인디 판매가 더 많은 편이죠.

온라인 사업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2000년 초반인 것 같아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화되기 시작했을 텐데요.

한 2006,7년까지는 별 변화는 없었던 것 같아요. 원래 CD를 구입하시던 분들이 있었고요. MP3로 세대교체되면서 2010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바뀌었죠.

수익이 예전보다는 낮아졌나요?

네. 많이 낮아졌죠 (웃음) 우선 보유하고 있는 재고 음반에 대한 부담도 생기고요. 그래서 아마 다른 숍들도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향음악사가 오래 남아 있을 수 있었던 이유가 있다면.

아… 글쎄요. 저희가 인디밴드들의 EP 위탁 판매를 많이 하기도 하고. 직원들도 최대한 좀 오래가보자는 의지가 있었어요. 계속 유지를 하고 싶어 해요.

요즘 복고 열풍으로
다시 CD나 LP를 찾는 움직임도 있어요.

그렇다고 해도 예전에 비해서 워낙 (전체적인) 음반 매출이 떨어진 상태구요. 발매 자체도 적어요. 한정판으로 수량 조절하거나 이벤트 성 발매도 있구요. 매출로는 연결이 조금 어려워요.

그럼 다른 사업도 겸하시는 게 있으세요?

아니요. 음반 판매로 만 하고 있어요.

고객은 어떤 분들인가요.

예전부터 구입하셨던 40 이상 된 분들이 많으시고요. 음반에 익숙한 세대들. 그다음이 홍대 쪽에서 공연 보고 와서 구입을 하시는 2,30대 층들이에요.

앞으로 향음악사를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지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메이저보다는 마이너. 해외 인디 음반 소개하는 쪽으로 노력하는 중이고요. 국내 배급이나 수입을 많이 도와주는 쪽으로. 또 다른 숍들과의 차별을 두는 거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계속 해오던 국내 인디팀들 음반 소개도 계속 유지하구요.

음악 듣는 문화가 바뀌어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없으신가요.

record_shop_11

저도 음반 세대긴 한데. 이게 포맷 자체가 바뀌어가는 상황이니까요. 그래서 음원을 접하시는 분이나 딱 뭐라고 안 좋다라고 말을 할 순 없는 것 같아서. 그냥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좀 더 다양하게 소개가 되었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 있어요. 장르가 한 쪽에 치우쳐서 보이니까요.

record_shop_12
vmag-bylogo-black
에디터 | 김인경, 김화정 기자     디자이너 | 이지혜     퍼블리셔 | 박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