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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 고향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닌지,
다시 돌아갈 수는 있는지 눈에 슬픔이 맺혔다.
수만 명의 어린이가 ‘죽음의 땅’이 된 고향에서 살 수 없어
요르단 자타리에 임시 정착했다.
식수마저도 부족한 열악한 여건을 어린 영혼들이 견디기는 쉽지 않다.
매일 죽음, 두려움과 싸우고 있다.

그런 아이들이 이젠, 선율로 자신의 상처를 치료받고 있다. 더는 슬프지 않다.
‘길 위에 놓인 난민’이 아닌, ‘노래 예찬론자’가 되고 있는 이들.
또 아이들 입가에 ‘노래’하는 희망을 심어 준 고마운 사람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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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자타리 난민캠프의 태권도 학교. 아담한 덩치,
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수백 명의 남녀 아이들이
‘KOREA SYRIA’라고 적힌 도복을 입고 있다.

헌데, 학교를 가득 메우는 소리는
태권도 기합 소리가 아닌, 노래 소리.

에포이     따이     따이     예 ~       에포이     따이      따이     예~

에포이     따이     따이     예포이     토키     토키     예포이     토키     토키     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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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뉴질랜드 마오리족 민요 ‘에뽀이 따이따이’(Epoi Tai Tai·난 행복해질 거야)를 부르고 있는 것.
간혹 음정을 틀리고 박자를 놓치지만, ‘노래 선생님’과 아이들은 서로 눈빛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노래를 이어간다.

아이들은 율동과 함께 직접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다양한 악기로 합주를 하기도 한다. 무슬림 국가인 시리아는 남녀가 같은 곳에 함께 있는 것을 금기시 하고, 심지어 시리아 일부 지역에서는 휴대전화로 음악을 듣는 것조차 금지됐다. 이런 분위기에도 아이들은 오로지 ‘음악’이라는 도구 아래에서 하나가 됐다. 그렇게 아이들은 마음의 위로를 받고 있었다. 조용했던 자타리 난민캠프가 희망의 소리로 가득 채워진다.

‘한소리 음악 치료팀’ 8인이 지난 봄 처음 아이들을 만난 건 지인의 부탁 때문이었다. 자타리로 떠나기 전 음악 치료팀이 부르는 ‘도나 노비스 파쳄’(Dona Nobis Pacem·주여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을 듣고 태권도 학교 아이들에게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것. 음악 치료팀은 요르단 자타리 난민캠프를 ‘우리가 위로 받고 많은 사랑과 귀한 것을 얻고 온 곳’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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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고향을 떠나면서 가족을 잃기도 하고, 죽음을 목격해 매우 힘들어한 아이들이 많았어요. 정서적 안정감이 전혀 들 수 없는 상황이었죠. 음악이라는 좋은 위로의 도구가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먼 길을 떠났습니다. ‘아이들 입에 노래를 심어주자’가 제 모토였어요. 한 번 노래를 배우면 흥얼거리게 되고, 노래 가사 대로 정신적 영향을 미치게 되잖아요. 긍정적이고 좋은 내용의 음악을 찾아서 아이들을 북돋아줄 수 있는, 심리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노래들을 가르쳤어요. ‘저 무지개 너머에 희망이 있어’라는 내용이 담긴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 같은 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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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전기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이곳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난생처음 음악을 배웠다. 신체 타악으로 박자를 익히고, 그림으로 음길이를 배웠다. 핸드벨과 다양한 나무 타악기로 선율을 그렸다. 아이들은 각자의 작은 역할이 앙상블이 되는 것을 경험하고, 음악 안에서 질서를 배우며 자존감을 향상시켰다. 태권도 학교 외곽에 적힌 ‘자타리 시리아의 미래’ 문구를 증명하는 듯했다. 한 아이는 ‘노래 선생님’들에게 먼 곳에서 와준 것만으로도 연신 고마움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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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좋은 멜로디로 평안을 얻으면서 자존감도 커졌어요. 이를 고마워한 어린이의 부모가 집으로 초대를 했죠. 힘든 여건으로 임시 숙소에 타지 인을 초대하는 경우는 무척 드물대요. 우리는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고향의 봄’을 불러줬어요. 가사를 알아듣진 못하지만, 통역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애잔한 노래’라고 설명해줬죠. 그들도 울고, 그들을 바라보던 우리도 울었어요. 음악이라는 게 그런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남녀 구분 없이 하나 되고, 마음을 움직이는 그런 힘. 어떤 말로도 대신할 수 없는 그런 힘. 본인의 아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안겨줬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평안을 얻었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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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치료 프로그램 마지막 날,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어색하고 낯설어 했던 모습은 이제 온데간데없다. 음악으로 자기를 표현하고 공감한 아이들, 저마다 갈고닦은 솜씨를 뽐냈다. 음악에 흠뻑 빠져 아픔은 잊은 듯한 모습으로 희망의 노랫소리를 만들었다.

최근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셰누’가 숨진 채 바닷가로 떠밀려 왔다. 이 모습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은 난민 인권문제의 상징이 되며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음악 치료팀도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자타리 난민 캠프의 이들, 더 나아가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난민 모두에게 치유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단 한 사람의 입에서 시작된 선율은 전염병처럼 감염되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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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치료 봉사를 다녀온 지 벌써 몇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아이들이 눈에 밟혀요. 힘들고, 어려운 여건에서 아이들이 어떤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을까. 남은 많은 시간 동안 이 안에서 어떤 삶을 살 수 있을까 안쓰러운 생각이 들죠. 우리가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줄 순 없었지만, 음악으로 좋은 감정, 추억을 안겨줄 수 있었다는 것. 그건 정말 제 인생에서 가장 뿌듯한 일이라고 자부합니다.
박신애(51) 음악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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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많이 부르면 노래대로 되는 것 같아요. 영적이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노래에는 힘이 있어서 좋은 노래를 가르쳐주면 오래오래 기억에 남아 입가를 맴도니까. 정서적 안정에 가장 좋은 도구죠. 앞으로도 난민 어린이들은 물론,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국내외 ‘사람’들을 위해 제가 가장 잘하는 걸 알려줄 생각이에요. 우리는 노래 예찬론자거든요.
배은숙 음악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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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고수정     포토그래퍼 | 조윤구     디자이너 | 최현지
퍼블리셔 | 박현원     자료제공 | 창조음악치료센터     사진 |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