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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배우 임성언은 2003년 방송된 KBS ‘산장미팅-장미의 전쟁’에서 귀엽고 발랄한 매력으로 이름 석자를 확실히 알렸다. 데뷔와 동시에 스타덤에 앉은 행운을 맞은 격이다. 약 10년 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임성언을 기억하는 대중들의 시계는 멈춰있다. 아직도 임성언을 말하면 수줍은 표정으로 장미를 받고 있는 신예라는 이미지만 머리 속에 맴돈다.

필모그래피를 훑어보고 적잖이 놀랐다. 작은 역할이지만 드라마, 영화, 연극을 넘나들며 쉬지 않고 연기 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배우지만 대표작이 십 년 묵은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이라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정말 임성언에겐 ‘장미의 전쟁’이 전부일까? 근황이 궁금하다는 핑계로 임성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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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언이 자주 찾는다는 홍익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디저트 전문점을 찾았다. 약속 시간 20분 전에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낯익고 예쁘장한 여자가 눈에 들어와 저절로 외마디가 튀어 나왔다. 흠칫 놀란 임성언이 멀뚱히 쳐다보더니, 이내 손을 흔들며 반겨준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간단한 요기거리를 주문하기로 했다. “에클레르가 유명한 집이에요.” 생소한 디저트라고 하자 크림을 얼음으로 채운 밀가루 반죽으로 구운 과자라고 친절히 설명해준다. 먹는 게 낙이라는 임성언. “맛있는 음식을 입에 넣으면 신이 나요. 친구들이 그만 좀 먹으라고 말릴 정도에요.” 앞에 놓인 달콤한 간식을 한 입 베어 물며 생글생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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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자대학교 방송연예학을 졸업한 임성언은 2003년 SBS드라마 ‘스무살’로 연기자로서 첫 발걸음을 뗐다. “같은 해 ‘장미의 전쟁’에도 출연하게 됐죠. 드라마가 아닌 예능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는데, 고마운 일이지만 사실 걱정도 많이 됐어요.” 당시에는 배우가 아닌 방송인으로 각인 될 까봐 우려됐지만, 지금은 감사한 마음만 든단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어느덧 서른을 넘긴 나이를 맞아보니, ‘장미의 전쟁’이라는 타이틀이 여전히 제 이름 앞에 붙어 있다는 사실 마저 행복해요. 지워지지 않고 고스란히 기억에 남아 있잖아요.” 머그컵을 들고 커피 한 모금 마시며 미소를 짓는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보조개도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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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예능 캐릭터가 짙어 질까 걱정된 임성언은 들어오는 대본들마다 거절하지 않고 하기로 결심했단다.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여러 캐릭터들을 보여주는 것만이 해법이라고 판단해서다. 부단히 노력은 했지만 운은 따르지 않았다. 지금까지 약 30여건 이라는 작품들에 출연했지만, 대표작은 꼽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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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먹을 불끈 쥐며 하얀 치아를 드러낸 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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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 없는 출발이었다. 신인 임성언은 소속사가 아닌, 개인적으로 일을 하는 매니저와 인연을 맺게 됐다. “문서 없이 구도로 계약을 했어요. 의리로 6년 간 함께 일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허전한 마음이 커지더라고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더 많은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던 임성언. 오랜 시간 함께 한 매니저와 이별을 하고, 그토록 바랬던 기획사로 들어가게 됐다. 산 넘어 산이었다. 어렵게 들어간 곳이지만, 1년 만에 파산을 맞았단다. 이후 새로운 소속사와 다시 계약을 맺었는데, 그 회사도 하루 아침에 공중 분해됐다. “힘이 들수록 발버둥을 쳤어요. ‘아직 젊으니까!’ 라는 생각으로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나아갔어요. 아프니까 청춘이잖아요?” 당시를 회상하며 다부진 목소리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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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를 회상하며 다부진 목소리를 낸다.

서른 가까이 될 때까지 불안은 계속됐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붙잡고 있는데,
별다른 성과는 드러나지 않아서 의심을 하기 시작했죠.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 건가?”
물음표를 던진 임성언은 걸어왔던 행로를 살짝 벗어나봤다.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에 진학해
‘배움’이란 길로 접어들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채워지지 않고 비워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혼이 빠져나가는 거처럼 말에요.” 혼란스러운 시간이었지만, 늘 그래왔던 거처럼 끝까지 학업을 마쳤다. “졸업은 하긴 했는데, 딱히 일로 연결되지는 않더라고요. 블랙홀에 빠진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또 다시 우왕좌왕하게 된 임성언은 이번엔 커피를 배워보기로 했다고. “무언가를 계속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 연기 인생에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믿었으니까요.” 카페 커피 머신 앞에 서게 된 임성언은 2년간 커피만 내리며 마음을 다스렸다고. “치열하게 살았죠. 오히려 그 덕에 버틸 수 있었어요. 매일 물음표를 던지면서 도전하며 살다가, 지금은 안정적인 기획사도 있고 꾸준히 연기도 할 수 있는 환경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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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커피 머신 앞에 서게 된 임성언은 2년간 커피만 내리며 마음을 다스렸다고. “치열하게 살았죠. 오히려 그 덕에 버틸 수 있었어요. 매일 물음표를 던지면서 도전하며 살다가, 지금은 안정적인 기획사도 있고 꾸준히 연기도 할 수 있는 환경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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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걸 내려놓고 도망가고 싶었던 시기를 보냈던 임성언.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신앙과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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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무송•노사연 부부 지휘 하에 활동하고 있는 모임으로, 윤복희, 강균성, 박지헌, 김성경 등 다수 연예인들이 참여하고 있단다. “함께 찬양을 부르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가끔 연습이 끝난 후 간단한 다과를 즐기며 밤새 이야기를 나누는데, 힐링이 되더라고요. 힘을 많이 주세요.” 연말에는 뜻 깊은 일도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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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0일 연세대학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릴 공연 연습 준비로 한창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임성언. 새해가 머지 않았다고 했다. “내년 1월, 출연한 영화 ‘멜리스’가 개봉하는데 기대가 커요. 2016년도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내공을 쌓아가고 싶어요. 대표작은 없지만, 이래 봬도 다작 배우잖아요?” 입 꼬리를 올리며 싱긋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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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및 취재 l 김경미 기자
퍼블리싱 l 박현원 . 디자인 l 최현지
비주얼다이브 매거진팀 l enter@visualdiv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