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둘러보고 나니 작품 속을 생생히 거닐다 온 느낌이 들었다. 황금빛 들판을 쏘다니다 별 밝은 밤, 론 강 구경도 하고 녹음 짙은 사이프러스 나무 샛길을 산책한 듯싶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가슴속이 뜨거움으로 일렁이는 순간을 만난다.

그 뜨거움의 정체는 그림으로 소통하고 싶어 했으나 번번이 좌절된 고흐를 향한 연민, 그림이 전부였던 서른일곱 생에 대한 안타까움, 열정을 불태울 단 하나의 대상을 소유한 삶에 대한 어떤 존경심이 한데 얽혀 있다. 그렇게 느끼는 건 비단 에디터만은 아닐 터. 사람들이 계속해서 반 고흐를 찾는 까닭은, ‘내’ 안에 쭈그러든 열정의 불씨를 후후 불어 살려내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 고흐의 열정이 ‘전염’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전시회 취재를 한 날, 서울의 수은주는 영하 14도까지 곤두박질쳤다. 체감 온도는 영하 23도. 손을 잠시라도 외투 밖으로 꺼내면 고드름이 달릴 듯한 추위였다. 그런데도 전시장은 어머니 손잡고 온 어린아이부터 대학생, 흰 머리 성성한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인파로 꽉 찼다.

logo

에디터 | 정수영     포토그래퍼 | 조윤구     비디오에디터 | 장성국, 박병준
디자이너 | 최현지     캘리그라피 | 전혜진     퍼블리셔 | 박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