حجاب
[hejāb]

히잡도 패션이 되나요?
:히잡에 얽힌 복잡다단한 이야기

start.

‘히잡’, 패션 영역으로 성큼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40만 팔로워를 돌파하며 주목받고 있는 스타 ‘히자비’를 아는가.

‘히자비(Hijarbie)’란 무슬림의 복장 중 하나인 ‘히잡(Hijab)’과 마텔 사의 유명 인형 ‘바비(Barbie)’의 합성어로, 히잡을 곱게 차려입은 바비를 말한다. ‘히자비’를 선보인 이는 나이지리아 출신 의대생 하니파 애덤(24). 그는 무슬림을 위한 바비 인형을 보고 싶어 히자비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히자비는 마텔 사가 정식으로 출시한 바비는 아니지만, 네티즌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이 밖에도 ‘퀸 오브 루나(queenofluna)’라는 아이디로 인스타그램에서 활동 중인 한 여성은 디즈니 공주에 영감을 얻은 히잡 패션을 올려 인기를 끌고 있다.

Hijarbie
Hijab + Barbie

Queen of Luna

무슬림의 전유물인 ‘히잡’이 패션 아이템이 된 건 눈길을 끌 만한 이슈다. 그러나 이를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 버릴’ 유행으로 보기엔 어려울 듯하다. 이탈리아 명품 패션하우스인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와 일본 SPA 패션 기업 ‘유니클로(UNIQLO)’가 무슬림 여성을 겨냥한 상품을 출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패션업계는 무슬림에 주목하는 걸까?

201603-hijab-07_worldmap

자본이 노리는
탐스러운 이슬람 시장
‘중동·동남아’

지난해 발생한 ‘파리 테러’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이슬람=테러’ 이미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극단적인 테러리스트들이 낳은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이미지를 잠시 제쳐두면 이슬람 국가들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산유국으로서 막강한 자금력을 지닌 중동이 특히 그렇다. 이란의 경우 ‘이슬람 혁명’ 후 37년간 미국과 외교를 단절했으나, 최근 미국과 핵 협상을 타결했다. 조금씩 스며들던 미국 문화가 한층 빨리 유입되고 있는 상황. 경기침체를 앓고 있는 서방 국가에 중동은 강력한 소비력을 지닌 시장임에 틀림없다. 특히 중동 국가에서 패션 관련 지출은 상당하다.

2013년 무슬림 패션 시장 Top 10
출처-‘State of the GLOBAL ISLAMIC ECONOMY
2014-2015 보고서‘,
캐나다 금융 정보 서비스 톰슨 로이터

이슬람을 이야기할 때 동남아시아도 빼놓을 수 없다. 일례로 인구수로 세계 4위에 오른 인도네시아는 국민의 80% 이상이 무슬림이다! 인도네시아는 모바일 사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KT 경제경영연구소의 ‘2015년 상반기 모바일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 2014년 3월 기준 27.7%였던 성인 모바일 보급률은 1년 뒤 43.3%까지 증가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히잡 쇼핑몰’로 급부상한 ‘히즈업(hijUP)’은 인도네시아 디자이너가 출시한 브랜드. 마음에 드는 히잡을 발견하지 못한 대표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히잡을 디자인해 판매한 게 시작이었다. 현재는 월 50만 명이 방문하는 인기 쇼핑몰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대비 2050년 지역별
무슬림 인구 예상 증가 추이

출처-‘THE FUTURE OF WOLRD RELIGIONS :
POPULATION GROWTH PROJECTIONS, 2010-2050’,
퓨 리서치센터

201603-hijab-04

무슬림 패션,
‘시크하고 편안한’ 매력

그렇다면 실제로 패션 브랜드는 히잡을 어떻게 보여주고 있을까?

명품 패션 브랜드 ‘돌체 앤 가바나’는 아랍 부유층을 겨냥한 컬렉션을 출시했고, 대중 패션의 선두주자 ‘유니클로’는 광범위한 무슬림 여성을 대상으로 편안한 옷을 선보였다. 두 브랜드의 사례를 살펴보자.

돌체 앤 가바나
: 아랍 겨냥한 ‘이슬라믹 시크’

‘돌체 앤 가바나’는 지난 1월 ‘히잡 & 아바야 컬렉션’을 공개했다. 극도로 정제된 색과 모델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절제미가 전해지는 컬렉션이었다. 가히 프렌치 시크에 이은 ‘이슬라믹 시크’라 불러도 좋겠다.

돌체 앤 가바나의 높은 가격대는 광범위한 대중이 아닌 특정한 부유층을 겨냥한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 명품 시장 규모는 87억 달러(약 10조5200억 원)로 1년 전보다 28%나 증가했다. 이번 컬렉션 배경에는 중동 명품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있다는 것.

‘유니클로 x 하나 타지마’
: 편안함 강조한 무슬림 패션

유니클로는 작년 여름에 이어 지난 2월 통기성이 좋은 소재로 만든 무슬림 라인 상품을 출시했다. 이번에 공개된 화보에서는 현대적인 도시라면 쉽게 볼 수 있는 카페 같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여성들의 모습이 담겼다.

일본계 영국인 디자이너인 하나 타지마는 18세에 무슬림으로 개종했다. 디자이너의 특이한 성장 배경 덕인지 화보 속 무슬림과 비무슬림의 공존이 매우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또한 유니클로는 편안한 소재의 샴브레이 재킷을 입고 스니커즈를 착용한 모델을 내세워 히잡을 활용한 스타일링 영상을 공개했다. 편안하게 앉아 미소 짓는 모델의 모습에서 생기가 느껴진다.

UNIQLO x Hana Tajima
Spring/Summer 2016 | CHIC & RELAXED
by Yuna

‘히잡’, 단순한 패션 아냐…
종교의 자유·여성 인권 문제

그러나 히잡을 그저 패션 아이템으로 소모하는 태도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있다. 히잡 착용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 히잡을 이미지로만 소비하는 행태에 고개를 젓는다. 히잡 착용을 찬성하는 쪽은 종교의 자유를 허락하라고 말한다. 반대하는 쪽은 무슬림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에 반기를 든다. 히잡 하나에도 종교와 여성 인권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이다.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무슬림 여성 내부에서도 나온다. 2011년 프랑스는 공화국 가치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공공장소에서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 등의 착용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이에 일부 무슬림은 종교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며 ‘입을 자유’를 주장한다. 히잡은 부르카에 비하면 좀 더 완곡한 종교 의상이지만, 종교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연장선에 있다.

201603-hijab-08

‘히잡 벗기 운동’ 페이스북, My Stealthy Freedom

또 한편에서는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히잡 벗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히잡 벗는 운동을 통해 여성 인권을 회복하자고 주장한다. 히잡 착용을 비판하는 쪽과 옹호하는 쪽 모두 히잡을 종교의 자유 혹은 여성 억압에 대한 하나의 상징으로 바라본다. 이런 상황에서 히잡 패션은 단편적인 접근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201603-hijab-03_1

애니메이션 ‘페르세폴리스(2007)’의 한 장면
출처-네이버 영화

패션은 타 문화에 쉽게 다가가도록 돕는 창구 중 하나다. 패션은 아름다움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지만, 분명 그 안에서도 문화적 이해가 바탕이 된 섬세한 접근이 있고 틀에 박힌 이미지를 재생산하는 방식도 있다.

무슬림 패션 디자이너들은 2006년부터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를 근거지로 이슬람 패션에 대해 알리는 ‘이슬라믹 패션 페스티벌(Islamic Fashion Festival)’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도 진행된 이 축제는 9·11 테러 이후 이슬람을 곧 테러 집단으로 여기는 편견을 깨기 위해 시작됐다. 패션이 기존의 선입견을 깨뜨리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히잡을 두고 다양한 논쟁이 일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무슬림 여성이 히잡 착용을 선택할 수 있는지의 여부다. 이쯤에서 그래픽 노블 <페르세폴리스>의 주인공 마르잔의 대사를 상기해 볼 수 있다. 이란의 사회·문화적 혼란기 속에서 성장하는 마르잔은 펑크를 사랑하고, 독립적인 사고를 지닌 소녀.

“집을 나서면서 베일이 잘 씌워졌는지
질문하는 사람은 더는 자신의 자유와
삶에 대해서 궁금해하지 않는다.”

마르잔의 대사는 무슬림 패션과 종교, 여성 인권을 둘러싼 논쟁에 무슬림 여성 개개인을 ‘초청’한다. 여성 본인이 히잡을 착용하거나 벗음으로써 신변에 위협을 받지 않고, 더 나아가 마음에 들게 차려 입었는지 고민하는 정도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히잡에 얽힌 여러 논쟁 사이에서 무슬림 여성의 생생한 목소리가 듣고 싶다.

The Story End

Visual Dive Digital Storytelling
기획·글 | 성민지 에디터(writer@visualdive.co.kr)
디자인·퍼블리싱 | 갈미애 퍼블리셔
데이터시각화 | 박현원 퍼블리셔

ⓒ Visual Dive.